HOW WE LEARN. 스타니슬라스 드엔 지음, 엄성수 옮김.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주문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요즘 둘째 아이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너무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기로 했는지, 어디에 놀러 가기로 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기똥차게 기억 잘하는 아이가, 숫자와 문자는 백만번 반복해도 모른다. 사람의 뇌가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화가 나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에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찾아보고 있던 차에 이 책이 짠! '니가 알고 싶은게 이런거지?' 하듯이 내 앞에 나타난 거다.
사실 나는 이 책이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2021년 말) 구매해서, 쓱 훑어보고, 몇 달 동안 묵혀두었다가, 다시 몇 달 동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정독을 했다. 이 책은 정독할 가치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뇌는 잘 '조직화' 된 채로 갓난아이에게 '장착'되어 나온다. 아이의 뇌는 절대 백지 상태가 아니다. 내가 늘 관심있는 '자폐'에 관한 내용, 둘째 아이때문에 관심 가지게 된 '난독증'에 관한 내용이 짧지만 강렬하게 나온다. 발달장애를 앓는 아이들은 대체로 뇌 조직화의 정상분포에서 극단에 있단다... 임신 기간 중에 신경세포 이동 및 뇌 회로 자기조직화가 유전되는 발달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너무 무책임하다.) 난독증은 유전적 발달장애일 가능성이 높으며 읽기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좌뇌의 연결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난산증도 마찬가지로 초기 뇌 배열에 신경학적 문제로 인한 준무작위 변형이 생겨서 생긴 문제일 수 있단다. 그러나, 우리에겐 '뇌 가소성'이라는 희망이 있다.
시냅스 가소성은 방대한 신경전달물질 네트워크에 의해, 특히 어떤 일들이 기억해야 할 만큼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네트워크에 의해 조절된다. 신경전달물질이 뇌 회로에 폭풍우처럼 밀어닥치면 시냅스들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그러면 그 때의 기억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습'과 '감정'이 매우 큰 연관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ADHD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막는 약물을 복용하면, 주의력이 보완되고 학습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저자는 뇌의 많은 기능들을 Neural Network, 즉 딥러닝 알고리즘을 대비하여 설명한다. 뇌는 꽤 단순한 매커니즘이 꽤 복잡한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쉬지않고 일어난다.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고 있는 것 같지만, 뇌는 그 순간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잠을 자고 있을때, 뇌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 낮동안 있었던 모든 이벤트들을 복기하고 정리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학습을 위한 비밀 요소:
주의(attention), 적극적 참여(active engagement), 에러 피드백(error feedback), 통합(consolidation)
학생들로 하여금 이 네 가지 기능을 전부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교사는 학생이 뭔가를 배울 때 그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다. 학생들이 이 네 가지 기능을 모두 마스터 한다면, 무엇이든 빠르게 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주입만 한다고 뇌에 입력되는 게 아니다. 주의를 하지 않을때 아무리 입력버튼을 눌러보았자 소용이 없다. 주의를 하게 되면 뇌회로 속에서 그 신호들의 영향력을 수백배 증가시켜 준다. 두 번째로 동기와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게 되면,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 가설(예측)은 곧 깨지게 되고 그 에러를 깨닫고 깜짝 놀랄 때마다 뇌에서는 에러 신호들이 퍼진다. 그 신호들이 우리의 내부 모델들을 바로잡고 부적절한 가설들을 제거하며, 가장 정확한 가설들로 안정화시킨다. 그래서 지치지 않는 도전이 중요한가 보다. 마지막으로 통합은 뇌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시간이 지나면 뇌는 획득한 것들을 모아서 압축해서 장기 기억으로 보냄으로써 뇌신경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더 많은 추가 학습을 할 수 있다. 이런 통합과정에서는 '반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수면시간 동안 뇌는 깨어있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과거 상태들을 재방문해서 획득한 지식을 재암호화한다. 따라서 질 높은 수면은 학습에 매우매우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을 혼내지 않으면서 학습 능률을 쑥 끌어올리려면, 주의 - 적극적 참여 유도 - 즉각적인 에러피드백 - (지겹지 않은) 반복과 충분한 수면을 늘.... 염두에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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