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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기/아이 돌보기

초등 저학년 ADHD 약 복용 후기 #4 (18개월차)

by 달콤말 2019.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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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발달이 느린)남자 아이들은 10살이 되면 달라진다는 말.   
초등학교 3학년. 우리나라 나이로 10살이 되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언뜻 보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잘 지내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의 장점 중 하나가 그 똑같은 일상의 반복을 지겨워하지 않고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며 지내는 것이다. 
그런데, 10살이 되고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하여 
나에게 딜(deal)을 걸어온다.  
오랫동안 해왔던 축구수업을 그만두겠다고 해서, 아쉽지만 그러라고 했다. 
본인이 시간 약속을 정하고 나에게도 지킬 것을 요구한다. 
여러개 중에서 선택을 하면 나머지는 포기해야 하는 것도 이해하고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고심한다. 
사용하는 어휘의 양도 부쩍 늘었고, 별별 낯간지러운 표현도 많이 한다. 
최근엔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줬다. 
엄마가 만들어준 샌드위치가 정말정말 맛있단다. 그러면서 슬쩍 이런다.
"난 비록 엄마랑 잘 안맞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어서 엄마를 못 떠날 것 같아."
엄마랑 자기가 안 맞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패드,게임 등등)을 엄마가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메타데이트를 먹으면 과묵해지고, 먹지 않으면 말이 참 많아진다. 
그런데 말은 좀 많지만, 예전처럼 다른 사람이 매우 거슬릴만큼 문제행동이 심하진 않은 것 같아서 
의사와 상의후에 얼마 전부터 아토목세틴의 양을 40mg으로 확 늘리고, 메타데이트는 끊었다. 
확실히 다른 친구들과의 교류가 많아졌다.
까불거리긴 하지만, 그 동안의 학습으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또 약을 끊으니, 당연히 식욕이 폭발하여 배도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수행평가를 하는 날에는 메타데이트(25mg)를 추가로 먹여서 보낸다. 혹시나 해서. 

석 달 전부터 사회성 치료도 시작했다. 
선생님(아동심리전공)과 단독 또는 다른 아이들 한 두명과 함께 
방에서 여러가지 보드게임이나 교구들을 가지고 놀면서
여러가지 사회적 상황을 경험하고 대처방법을 학습하는 것이다.    
뭐... 노는 건데, 아이는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치료비는 다른 치료들에 비해 비싼 편이다.
이 시간들이 모이고 모이고 모이면 아이에게 도움이 좀 되겠지 싶어서 다니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일상에서 만나서 함께 놀 좋은 친구 한명만 있다면 
이런 치료가 필요없을 건데... 싶긴 하다. 

말 그대로 10살이 되었기 때문인지,
그 동안 약을 꾸준히 먹으며 규칙적인 생활과 학습을 잘 해온 덕분인지,
사회성치료 덕분인지, 
아이는 점점 자라고 있고, 그 자라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걸 느낀다. 

만약 초등학교 저학년 또는 미취학인데 ADHD약을 먹여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나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라고 할 것이다. 
아이들의 일상 습관,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 형성은 초등 저학년 전후가 결정적인 시기인 듯 하다. 
물론 사춘기가 되면 그게 또 한 번 뒤집어지지만,
그 때는 좋은 습관이나 이미지가 나빠질 순 있어도 
나쁜 습관이나 이미지가 좋은 습관과 이미지로 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사실 지나고 보니, 육아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더라.. 
초등고학년은 또 앞으로의 공부인생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솔직히 내 인생도 지금이 중요하지 않은 시기는 아닐텐데... 
모두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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