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잠시 잠깐 '맘스다이어리' 라는 웹사이트에 육아일기를 쓴 적이 있다.
100일 동안 끊기지 않고 육아일기를 쓰면, 공짜로 앨범으로 만들어 주는 사이트였는데,
정말 성실하게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열흘도 안되어 포기했다. ㅋㅋㅋ
때는 아이의 자폐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맨처음 생의학치료에 빠졌던 시기...ㅎㅎ
(아이 이름은 OO처리했음)
네 인생에 등불을 밝혀줄게.
2015.01.14 (수)
요즘 뒤늦게 모래놀이에 빠진 OO이.
"엄마! 난 모래놀이 좋아해요!"
모래놀이 하고싶단 얘기를 요렇게 이쁘게 얘기하는 우리 아들.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르지만 꽤 놀라운 창의성을 발휘해서 엄마 아빠를 놀라게 하는 귀염둥이.
네가 자폐성향이 있다는 걸 엄마는 알아차릴 수가 없었어.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늦고 행동이 좀 다르긴 하지만 너는 참 순수하고 똑똑했거든.
처음엔 너의 순수함과 다름을 자폐라고 하는 것 같아 이해가 안 갔지만 내가 빨리 치료해주지 않으면 너는 세상의 많은 재미있는 것들을 경험할 기회를 잃게 될수도 있겠지?
엄마가 도와줄게.
아직은 어슴프레하게만 보이는 네 눈앞에 환한 등불을 밝혀줄게. 엄마가 요즘 공부를 많이 하고 있거든.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너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식이조절로 나은 사례가 많대. 엄마가 그 동안 네가 안 먹는다는 이유로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여 주지 못했어. 오히려 네 몸에 안좋은 음식들에만 집착하는 너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게... 그 동안 엄마가 어쩜 그렇게 무지했을까? 탄수화물 중독 수준의 너에게 밥 많이 먹으라고 퍼주고... 마이쭈와 초콜릿을 보상으로 던져주고... 글루텐과 카제인 분해 능력이 부족한 너에게 쿠키, 피자를 손수 만들어주고 매일 우유나 요구르트를 주고..ㅠㅠ
그 모든 것들을 끊거나 줄이기 시작한지 이제 닷새. 너는 벌써 달라지기 시작했어. 다시 말이 틔이는 것처럼 연일 놀라운 새로운 표현들을 쏟아내고 있단다.
"엄마! 할아버지 내일 보러가고 싶어요."
"마이쭈 먹으면 OO이 머리가 아파요?"
"골고루 먹으면 키가 커요. 키가 크면 농구도 할 수 있고 범퍼카도 탈수 있어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네가 이런 말들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지.
이젠 한글도 제법 읽고 자기 이름을 포함해서 몇글자 쓸 줄도 알고 1~10까지 숫자도 쓰고. 어제는 11부터 15까지도 썼었지? 매일 스펀지처럼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너.
분명 또래보다 발달이 좀 느렸지만 엄마는 네 미래가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들로 가득차게 될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그 경험들로 넌 풍요로운 인생을 살게 될거고 매우 많은 사랑을 받게 될거야. 너도 지금처럼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게 될 거란다.
누가 뭐라해도 넌 정말 특별하단다!
엄마 아빠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치료비용
2015.01.15 (목)
2014.12월 중순 화X정신과 진단서 66000원
2015.1월 12일 가X종합사회복지관 아이큐검사 50000원
2015.1월 13일 화X정신과 놀이치료 60000원
2015.1월 14일 화X정신과 언어수준검사 100000원
지금까지 27만 6천원 들었다.
다음주부터 놀이치료 계속한다면 매번 80000원 정도 들 것 같다. 그럼 한달에 30만원 남짓. 놀이치료 해야 하나? 한 달만 해보고 결정할까? 언어치료도 필요한가? 아이큐검사 결과 낮게 나오면 인지치료도 해야하나?
식이요법만 진행하고 내가 좀 더 많이 놀아주고 쁘레네만 열심히 시킬까?
생의학치료하려면 검사한번 해봐야하는데 검사비용이 100만~200만...이라던데. 헉.
일단은 내가 더 노력하자.
식이요법 만으로도 효과가 있지 않은가?
오늘은 배즙에 프로바이오틱스 분말 타 주었더니 OO이가 "이거 배즙이야? 커피처럼 생겼네? " 라고 했다. ㅎㅎ
개수 세는 거 당근을 작은 막대모양으로 잘라서 먹으며 가르쳐줬더니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 오늘 저녁에도 또 시키고 내일도 시켜봐야지. 하루하루가 다른 OO이니까... 요즘 OO이 너무너무 이쁘다. 이쁜 말 많이한다. 싸랑해~
ABA 행동치료 책도 한 번 사 봐야겠다.
현미쌀로 만든 쿠키
2015.01.16 (금)
오늘 아침 댓바람부터 엄마가 현미가루로 쿠키를 만들었지. 네가 어제 내내 쿠키~쿠키~노래를 불렀잖아.
현미가루랑
너는 몰랐겠지만 양배추 가루랑
암웨이 식이섬유 한 봉이랑 넣었단다.
그리고 호두를 잘게 다지고
어제 불려놓은 쑥부쟁이 나물도 약간 다져 넣었어.
다른 설탕 사 놓은 게 없어서 일단 자일로스 설탕 넣고
해바라기유를 넣으면 너무 맛이 없을 것 같아서 고민고민하다가 버터도 넣었다.
버터의 카제인나트륨이 문제가 될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네 몸의 문제를 확신할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
일단 맛이 좋아야 네가 먹을 테니까.
우유대신 두유를 넣어 반죽하고
쿠키반죽 위에는 달걀노른자도 발라서 코팅했단다.
자다가 쿠키먹자는 말에 벌떡 일어난 OO이는 한 번에 4개나 먹고도 더 달라고 했지.
한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돼. 그래서 엄마는 메추리알과 달걀 삶은 걸로 남은 배를 채우게 했단다. 그것도 어찌나 잘 먹던지.
엄마가 오늘 아침에 아몬드가루랑 코코넛가루랑 코코넛오일이랑 주문했으니까
다음번엔 새로운 맛의 쿠키를 맛볼수 있을거야. 그리고 더 건강한 쿠키를.
OO아.
엄마는 OO이를 위해서라면
요리사도 될 수 있고 의사도 될 수 있고 선생님도 될 수 있단다.
이사가면 우리 피아노도 사고 자전거도 사서 재미있는 날들 함께 보내자꾸나.
벌써부터 기대되는 걸...
넌 달라졌어~!
2015.01.17 (토)
토요일 오전은 쁘레네 가는 날.
오늘은 좀 늦게 출발해서 엄마가 다소 과격하게 운전했지. 미안..
한글 수업 마치고 너의 지치고 고갈된 모습. 후후... 배가 고플만하지. 아침에 일어나서 유산균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출발했으니까.
삶은 계란 한 개 먹고 기차놀이 하다보니 기운이 솟은 너. 오늘 영어 수업시간엔 기차놀이만 30분 했다더라? ^^
뭐.. 네가 즐거우면 됐지.
오늘 쁘레네 이사님에게 엄마가 자랑을 많이 했단다. 요즘 너의 변화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아는 것 다 쏟아내고 쉴 새 없이...
ㅎㅎ 이사님도 말씀하기 좋아하시는 분인데 내가 너무 내 얘기만 몰아치며 하니 언제 치고 들어올 지 몰라 난감하신듯 보였어. ㅋㅋ
한글 선생님도 네가 전체 스토리를 따라가는 힘이 생긴것 같다고 하시고
영어 선생님도 색깔선택이나 눈치에 있어서 달라졌다고 하시고
그래... 내가 보기에도 넌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어. 빠르게 성장 발달 하고 있어.
기억력도 늘고 일관성도 생겼어.
이대로만 주욱~~~^^ 오케이?
엄마도 이대로 쭉~~ 사랑해줄게.
어린이 난타 공연
2015.01.18 (일)
건우 연우랑 함께 어린이 난타 공연 보러 갔었지? 어제.
엄마가 좋은 자리 예약했는데 잘 봤니? ^^*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보러 갔었지만
엄마랑 같이 보는 추억 만들어 주고 싶어서
공연을 보면서 신나하는 네 모습 보고 싶어서
무리 좀 했지. ㅎㅎ
오랜만에 건우랑 만나 즐거웠지?
공연 끝나고 건우도 우리집 와서 맛있게 밥도 먹고 아빠랑도 잘 놀았다. 그치?
OO이도 아빠한테 이것저것 많이 해달라고 하고 같이 많이 놀아달라 하렴.사랑해~ 아들!!
할아버지 할머니 오랜만에 만나서 어땠어?
2015.01.19 (월)
사진이 없어서 지난 1월 2일 지민이 형아랑 같니 속초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다. ㅎㅎ
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분당에 결혼식이 있어 잠깐 올라오셨어.
OO이 먹을 배즙이랑 참기름이랑 김치도 가지고 와주셨단다. 고맙지?오랜만에 할아버지 만나니까 어때?
할아버지께 이름도 쓰는 거 보여드렸지?
ㅎㅎ 우리 OO인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 좋아하니까 분명 즐거운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해.
다만 그날 점심 먹으러 갔던 한식집은 맛은 좋았는데 그래도 외식은 안될거 같아.
거기 다녀온 후로 엄마 아빠도 속이 안좋고
OO이도 안좋은 것 같고 문제 행동들이 늘어가고 짜증도 늘었네... 휴..식이조절 어렵게 하고 있었는데.. 아깝다. 그치?
인지 및 언어수준 평가 결과
2015.01.20 (화)
가X종합사회복지관 아동발달지원센터에서 한 아이큐테스트(KABS,SMS,KCBCL)랑 화X정신과에서 한 언어수준평가(PRES) 결과를 한꺼번에 들었어.
인지 및 발달 전반에 있어. 3.38세 수준 SQ는 78로 경계성이란 평가를 받았어.
수용언어는 43개월, 표현언어는 31개월로 각각 10개월, 22개월 이상 지체된 것으로 나왔네. 그나마 요즘 네가 많이 좋아져서 결과가 이 정도라도 나온 거겠지?
엄마는 네가 때가 되면 금방 다른 아이들을 따라 잡을 거라고 생각하고 믿었는데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걱정도 없었는데... 조금만 더 일찍... 1년 더 일찍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미안하다. 아가..
뭐가 문제였던 걸까?
2015.01.21 (수)
쿠키 만들어 줄 때 넣었던 설탕이 문제였을까?
한식집 나물이나 고기를 간할 때 쓴 간장이나 된장 때문이었을까?
빠르게 좋아지던 네가 이번 주에는 약간 퇴행하는 듯 하구나... 엄마 느낌이 그래..
알레르기 검사를 미루면 안될거 같다.
오늘 당장 하러가자.
OO이가 아프면 엄마도 많이 아프단다.
언어치료 첫날
2015.01.22 (목)
어제 언어치료 선생님이랑 만났는데
그제 놀이치료 선생님 만났을 때처럼
부끄러운지 엄마랑 떨어지는 게 무서운지
서먹서먹하게 굴고 째려보고... ㅎㅎ
집중도 전혀 못했다고 하던데..
엄마는 지난 일요일 외식 이후로 네가 나빠진 거라고 생각하고 아빠는 예~전에 비하면 한단계 올라갔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약간의 설전이 오고 갔단다.
엄마는 네 작은 변화에 민감하고
아빠는 네 큰 변화에 기뻐하는 거겠지?
아빠 말대로 계단식으로 차근차근 변화해가는 중이니까 엄마가 좀 더 느긋하게 맘먹을 필요 있을거 같다.
사랑하는 OO아.
오늘도 신나게 즐겁게 재미나게 살자~!
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엄마 많이 행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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