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었을 때, 고민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특별하지 않은 아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엄마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두 군데 대학병원에서 언어검사를 받게 했고, 언어치료를 꾸준히 받게 했다. 책읽기 수업(사교육)을 꾸준히 했으며 '기적의 유아수학'도 풀게 했다. 그리고 특수교육지원청에 가서 특수교육지원아동으로 '선정'해 달라고 검사를 받았다.
아이는 참 성실하고 꾸준하게 시키는 대로 잘 해줬는데, 결과는 내 바램과는 조금 엇나간 것이었다. 언어검사를 두 번이나 받은 건, 1년 이상 언어발달 지연인 경우 언어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 언어장애 판정을 받으면 보험에서 1천만원의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는 그 동안 꾸준히 성장해서 이제 또래아이들과의 편차가 수용언어 6개월, 표현언어 11개월 정도였다. 언어가 느리긴 하지만, 언어장애 수준은 아닌거다. 반면, 특수교육지원아동으로 선정은 내심 '이 아이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가 한글도 떼고 셈도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화가 잘 안되네요.. 하시더니 특수교육지원아동으로 선정해 주시겠다 하셨다. "감사합니다..." 했지만 속으로는 좀 쓰렸다. 결과적으로 특별하지 않은 아이처럼 보이게 하는 데 실패했고, 특별한 교육을 지원받는 아이로 분류된거다.
1학년 때에는 아이들을 자유분방하게 놔두는 선생님을 만났다. 흔히 말하는 '잡지 않는' 선생님. 어떤 엄마는 '방관'이란 표현을 쓰며 맘에 들지 않아 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우리 아이에게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학년이 되어 만난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의 자유로움과 분방함을 구분지으셨다. 튀거나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아이는 바로 특별관리 대상으로 삼아, 선생님 바로 앞에 앉히셨다. 나에게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정말 심각하다'시며 강력하게 이야기 하셨다. 물론 애정이 있기에 그렇게 하시는 거라고 이해하고 고마워했지만, 내심 2학년 때는 아이가 좀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해 보이지만 집중을 잘 못하고 자세히 보면 매우 산만한... ADHD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나는 그게 자폐의 증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전(어린시절)에 비하면 매우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일대일로 수업을 할 때는 매우 심각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제 2학년이고 무엇보다 좋은 수업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담임 선생님을 만났기에 지금이 약을 먹기 시작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매우 급격하게 나아지지 않는 이상, 비록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 임시방편이라 할 지라도 약을 먹어서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의 에러율를 줄이는 게 낫다.
작은 의원을 찾아갔고,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계열의 가장 대표적인 약인 메타데이트를 처방받았다. 처음 1주간 5mg, 다음 주에 10mg, 2주 후에 20mg, 또 2주 후에 25mg, 그 2주 후에 35mg까지... 조금씩 양을 늘렸는데, 35mg을 복용한 후부터 내가 아이의 변화를 너무 급격하게 느끼게 되었다. 좋은 쪽으로의 변화가 아니라, 아이의 표정이 사라지고, 심지어 우울해 보이기까지 한다. 식욕도 급격히 줄고, 목소리도 작아졌으며, 이리저리 배회하는 게 늘었다. 시키는 건 하지만, 스스로 찾아서 신바람이 나서 뭔가를 하지 않는다.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느끼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이 양이 너무 많아서 그런게 아닌가 하고 의사에게 물어보니, 오히려 양이 아직 부족해서 그런 거 같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양을 늘리는 데 대해서 약간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니 아직은 올리지 않고, 여름이 지난 후에 복용양을 늘려 보자고 하셨다.
아이가 밝고 명랑하게 웃으며 조잘조잘 거리고 주는 밥도 잘 먹으면 부모에게 그만한 행복도 없다. 그런데 그랬던 아이가 학교에서 조용히 잘 지내게 하기 위해 약을 먹였더니 의욕도 없고 식욕까지 없는 너무 딴 아이가 되어버린 거다. 그러다가 늦은 오후 시간이 되면 8시간의 마법에서 풀리고 서서히 원래의 아이로 돌아온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에서 풀리면 마치 지난 8시간 동안 꽁꽁 묶여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더욱 신나고 산만하고 열정적으로 논다. 저녁 밥은 서너그릇을 먹어 치운다. 어린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보는 듯 하다. 너무 저지레가 심해서 힘든 경우, 다시 약을 먹이고 싶은 충동도 느껴진다. 그래서 최근엔 저녁시간을 위한 4시간 짜리 약도 받아왔다.
향정신성의약품을 먹는 것. 우리나라 사회에서 터부시해온 일이기 때문에 나로서도 늘 갈등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약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우리 국민인 듯 한데, 건강보조식품까지 해서 집집마다 약병이 수두룩한 우리 나라 가정인데, 아직까지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서는 반감이 많은 듯 하다.
관련 책을 읽고 웹을 뒤지고 또 다른 의사를 만나보고... 내 속에 깊은 의문과 의심이 가시지 않는 한 계속 정보를 찾고, 아이를 관찰하고, 약이 아닌 다른 방법도 찾아보는 걸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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