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휴직을 했다가, 복직을 했다가, 독박육아에 허덕이다가, 결국 퇴직을 하고, 그냥 집에서 노는 (또는 쉬는) 엄마가 된다. 소위 경력 단절 여성, 경단녀가 된다.
몇 년이 지나 아이가 자라서, 여유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일을 하고 돈도 벌고 싶다. 아니, 애들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면서 돈을 벌어야될 것 같다.
엄마들이 별다른 자격증 없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직업은 각종 관리사(매니저, manager)이다. 보험관리사, 산후관리사, 가사매니저, 청소관리사, 간병관리사... 그리고 '교사(선생님)'이란 타이틀이 붙어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업무는 관리사이다. 학습지교사, 방문교사, 화상채팅교사, 어린이집교사... 많은 경우 영업과 회사 홍보, 그리고 고객관리를 함께 해야 하며, 비정규직이거나 위탁사업자로 일한다. (간병관리사, 어린이집교사는 자격증이 필요하지만, 취득이 그리 어렵지 않다.)
회사는 이들 관리사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면, 자기 회사 제품을 잘 팔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성과급제도나 포상제도를 만들어서 '경쟁'을 시키며, 이들 간에 계층을 다단계로 두어 '본보기'를 제시한다. 아.. 나도 몇 년 성실하게 일하면, 저사람처럼 돈 많이 벌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를 시키는 거다.
그런데 나는 좋은 회사라면, 이들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탁사업자 같은 괴상한 신분을 부여해선 안된다. 이들이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들이 서비스의 질 개선과 컨텐츠의 개선에도 즉각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정규직 고용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자격도 잘 살피고 꼼꼼하게 사람을 뽑아야 괜히 한 번 해봤다가 몇 달 안에 그만두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아니면, 이런 관리사들끼리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회사에 소속된 신분이 아니라, 조합에 소속된 신분으로 자신의 권리와 지위를 신장시켜야 한다. 현재 행해지는 임금체계, 수수료율체계 등은 모두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회사도 이런 노동자들이 없으면,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다. 뭉쳐서 회사보다 우위에 서서 협상을 해야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능력, 노하우를 발휘하여 진짜 '사업자'가 되어야 한다. 고객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분석하고 교재나 도구를 개발하고 적정 서비스료를 책정하는 걸 독자적으로 해야 한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관리사의 손길을 더욱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사업의 맨 말단에 있던 관리사들이 이제 사업의 개별주체가 되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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