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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기/돈 돌보기

집값이 오르는 아파트 고르는 법

by 달콤말 202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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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 2014년 봄, 나는 혼자 서울 시내 집을 보러 다녔다. 
남편은 빚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최대한 싸면서 살기 좋은 집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남편은 빚을 싫어함과 동시에, 낡고 오래된 아파트도 극도로 혐오했다. 주차난이 있는 아파트도 싫어했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 세가지 싫어하는 성향은 그당시 서울 안에서 가격이 오르는 아파트를 고르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성향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사고 싶다고 했던 아파트는 개포주공 4단지 아파트였다. 당시 수원에서 서울 건대입구까지 차로 출퇴근을 했는데, 가는 길에 개포주공 4단지를 지나간다. 염곡동사거리에서 늘 차가 막히는데, 개포주공 아파트에 살면 염곡동사거리를 지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당시 녹물이 나온다고 했었고, 바퀴벌레에 쥐도 나온다고 했던거 같다. 게다가 가격이 5억 정도였는데, 최대 3억대를 생각하는 남편의 자가 규제(?)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시 우리는 수원의 신축 자이 아파트 서른 평대에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개포주공으로 이사가는 건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내가 사고 싶다고 했던 아파트는 개포주공 근처이긴 하지만, 그나마 상태가 괜찮았던 대청아파트였다. 거기는 강남에서도 살짝 변두리인데다가 평수가 작은 곳이 있어서 당시에 가격도 가능했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절대 그 복도식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 수 없을 거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대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뒤 나는 그보다 더 좁고 열악한 건국대와 어린이공원 사이의 다세대주택으로 전세 집을 옮겨버린다. 

무모한 이사를 강행한 건 수원~서울까지 1시간 넘는 출퇴근을 1년이상 한 뒤였다. 아이는 4살에서 5살이 되었고, 나는 육아와 출퇴근에 너무 지쳐서 번아웃되기 직전이었다. 직장 바로 앞으로 집을 옮기고 싶은데, 싸고 싸고 싼 전세를 찾다가 이전에 베트남 학생부부가 살았던 다세대주택 1층으로 전세 1억에 들어갔다. 물론 내부는 수리되어 있었지만 비교적 조악했고, 집 자체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결로도 있었다. 다세대주택이라 대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이사후 바로 설치 못하고 마당에 놓아둔 에어컨 실외기를 도둑맞기도 했다. ㅠㅠ 반지하부터 2~4층까지는 주로 학생들이 자취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4층은 불법 증축한 다세대주택이었다. 그 집 주인은 자양동에 사는 어떤 아줌마였고(전화통화만 몇 번 했을뿐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그 동네 부동산에서 관리를 해주고 있었다. 그 주인은 3년 전쯤 9억 정도에 그 다세대주택을 매입하고 수리를 하고 (불법 증축도 해서) 방을 여러 개 만든 후에 월세 또는 전세를 준 것이었다. 아.. 서울 아줌마들은 이런 식으로 재테크를 하는구나. 

하지만 아무리 내부수리가 되어 있다해도 좁은 골목길에 드문드문 취객들의 오바이트 흔적이 보이고, 아무리 치워도 마당에 쓰레기가 뒹구는 다세대주택에서 아이를 키우며 사는 건 우울증을 도지게 만들었다. 결국 1년이 지나지 않아 집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번에 맨 먼저 갔던 동네는 서초구 잠원동이었다. 네이버지도에서 찾아보니, 미주파스텔이란 나홀로 아파트가 딱 좋아보였다. 동네도 좋고, 초등학교 바로 옆이었고, 2000년대 아파트라 지하주차장도 있었고, 집 상태도 괜찮았다. 나홀로 아파트였기 때문에 가격도 주변에 비해 쌌다. 하지만, 5억 초반이었던 당시의 가격도 당시 우리 형편에선 살짝 무리였다. 하지만 좀 무리를 해서라도 그 때 그 집을 샀었더라면... 지금은 3~4배가 오른 16~20억에 거래된다.    

그리고 나서 뉴스에서 잠실 장미아파트미성아파트가 전세가 2억 밖에 안한다는 기사를 읽고 남편과 함께 갔다. 남편을 데려간 게 문제였다. 아파트 외관이 귀신이 나올 거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매매가는 역시 5억 초반이었는데 거들떠 보질 않았다. 내가 맘에 둔 아파트(올림픽선수촌 아파트 26평, 오금현대아파트...)는 그 당시 대부분 5억 초반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안전'한 상환을 추구하는 남편의 철학을 존중하여, 나는 더 싼 아파트를 찾고 또 찾다가 송파구 오금동 끄트머리까지 가게 된다. 

오금삼성아파트, 외곽순환도로 바로 옆의 나홀로 아파트라 주변 시세보다 싸지만, 단지 내부는 비교적 깨끗하고 조용했다. 초등학교와 남자 중고등학교(보인중고)로 둘러싸여 있었고 주변에 위락시설이 전혀~ 없었다. 물론 생활편의 시설도 없어서, 개롱역 쪽으로 300~400미터 정도 걸어가야 상가를 만날 수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밤 늦은 시간에도 주차장에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남편이 가장 마음에 들어한 건 바로 그 점이었다. 2014년 말은 침체되었던 아파트 가격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던 시점이었고, 디딤돌 대출(연 3.0% 이자)이 시작되고 얼마 지난 시점이었기에 매물이 꽤 부족했던 시기였다. 내 입장에서는 아이가 6살이 되면서 유치원에 입학해야할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사가 시급했다. 부동산에 수시로 연락해서 매물로 나온게 없냐고 확인했다. 내가 전화했을 때 마침 하나가 나왔다고 다음날 아침에 볼 수 있다고 해서, 다음날 당장 달려갔다. 먼저 본 사람도 마음에 들어했는데,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매물이 귀한 시기라는 점, 집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 곧 건축후 30년이 지나면 재건축 가능성도 있다는 점, 학교들로 둘러싸여 있는 점, 무엇보다 가격이 우리가 감당할만한 가격(3억 8천만원)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는 당장 계약을 해버렸다. 

그 후로 그 집에서 5년 이상을 살았고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주변의 대형단지들은 훨~씬 더 많이 올랐다는 것. 또 앞에서 언급한 내가 구경만 하고 스쳐지나쳐 버린 단지들은 눈부실 정도로 높이 높이 가격이 올랐다. 결국 내 눈에 좋아보이는 건 남의 눈에도 좋아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집 외관만 보고 또는 현재의 집 내부만 보고 집의 가치를 판단하면 안된다. 또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만한 것만 찾아다니는 것도 그다지 현명하진 않은 선택이다. 약간 무리일 것 같아도 확실한 집을 고르는 게, 비교적 싸지만 덜 확실한 집을 사는 것보다 낫다.

집을 구입할 때 고려할 요소, 구입 시기, 가격, 집의 상태, 집의 위치 ... 중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면,
첫째는 집의 위치, (위치에는 동네의 수준, 주변여건, 교통 등 모두 포함)
둘째는 구입 시기, 
셋째는 집의 가격, 
넷째는 집의 상태 이다. 

결국 내가 살고 싶은 위치에 딱 위치한 집을, 집값이 꿈틀꿈틀 오르려고 하는 시기에 사는 것이 대박이며, 좋은 집을 얻기 위한 어느 정도의 무리는 각오하는 것이 좋다. 집의 상태는 일단 집을 사고 나서 열심히 고치고 갈고 닦아서 살기 좋은 상태로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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