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마음의 병 23가지, 보르빈 반델로, p.228~p.232중에서
일부 심리질환은 몸 속의 몰핀(morphine, 아편) 체계인 EOS와 보상 체계의 오작동에 따른 것이다.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몸 속 몰핀인 엔도르핀(endorphine) 분비를 증가시키는 방법들을 알아보자. 하지만 삶에서 늘 그렇듯이 이 방법도 절제가 필요하다. 즐거움을 주는 일들은 쉽게 과도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1. 스포츠
스포츠는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조깅을 하는 동안에는 도망중 이라고 뇌를 속인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나고 환희를 불러오고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핏줄 속으로 엔도르핀이 유입된다. 장거리 달리기 초반에는 아직 힘이 들고 온 관절이 쑤시지만 얼마간 달린 후에는 몸이 저절로 달리고 기분이 고조되고 근육과 관절의 통증이 봄눈 녹듯 사라진 듯한 느낌이 시작된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르는 이 희열은 초보자에게는 어쩌면 2.5킬로미터만 지나도 나타나고, 숙련자에게는 때로는 마라톤 전 구간의 절반 정도는 달려야 나타날 것이다.
달리기, 수영, 자전거, 산책처럼 A에서 B로 빠르게 이동하는 스포츠는 그 자리에서 하는 운동과 비교할 때 행복감을 주는 요인과 더 긴밀하게 연결된다.
많은 스포츠(가령 스키, 승마, 카이트서핑, 패러글라이딩, 10미터 싱크로다이빙 등)는 어느 정도 위험과 결부되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 뇌가 위험을 감지하고 이런 불안한 상황을 아우 해를 입지 않고 극복해내면, 그 보상으로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팀 스포츠는 혼자하는 운동보다 더 만족감을 준다. 팀에서 받는 소속감이 보상체계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홀로 하는 요가 연습, 홈쇼핑에서 산 기이하고 값비싼 체력 단련 기계로 하는 훈련, 또는 기타 반복적 체조 등은 금세 지루해지기 때문에 재미가 덜하다.
텔레비전이나 경기장에서 스포츠를 관전하는 것만으로도 엔도리핀 분비가 촉진된다. 여기에는 특히 국가대표 경기를 보며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 효과가 큰데,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집단 의식 자체가 생화학적으로 보상을 얻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경기 스포츠는 중독될 수 있다. 과도한 조깅으로 무릎이나 관절이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헬멧이나 각종 보호장비를 꼭 갖추어 입는 것은 기본이다.
2. 쓰다듬기
사랑에 빠진 느낌, 아늑함, 인간의 온기, 혹은 그저 섹스만 하더라도 엔도르핀이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부작용도 있다. 섹스에는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가령 감염, 상대의 감정을 다치게 함, 원치 않은 임신 등이 그렇다.
엔도르핀 분비를 도와줄 파트너가 없다면, 온갖 종류의 웰빙 체험으로 EOS를 자극할 수도 있다. 마사지, 온수 목욕, 향유 바르기, 사우나에서 땀 흘리기 등이 그렇다.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면 혈액 순환 체계가 무너지기 직전에 도달하고 이때 뇌는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해 엔도르핀을 동원한다.
타인을 돕는 것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아주 유용하고 긍정적인 방법 중 하나다. 연구에 따르면, 좋은 목적을 위해 돈을 기부할 때는 같은 액수를 선물로 받는 것만큼이나 보상 체계가 활성화 된다. 남을 돕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타주의의 행복감을 매일 경험한다. 양로원의 아이들, 아픈 아이들, 궁지에 몰린 가족 등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
3. 주목받기
창조적 업적을 이룬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여러분이 멋진 연설로 우레 같은 박수갈채를 받거나 여러분의 농담에 3백 명쯤 되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린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행복감이 여러분의 온몸을 가로지를 것이다. 그러니까 음악가, 마술사, 배우, 코미디언, 무용수, 줄을 타거나 불을 뿜거나 저글링을 하는 곡예사, 행사 사회자가 되어보자. 그러나 반드시 청중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예술적인 것을 창조해내고 스스로 만족스럽다면 청중이 자기 자신밖에 없더라도 행복감이 느껴진다.
그 밖에도 만족을 주는 활동은 모두 이런 효과를 자아낸다. 여러분의 행복감을 장기적으로 고조시키고 싶다면, 어떤 창의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직업을 찾으면 좋다. 건축가, 저널리스트, 조경사, 목수, 웹디자이너, 미용사는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
4. 음악
세속적 향락이라면 무엇이든 단번에 없애버렸던 탈레반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실권한 후, 사람들이 제일 먼저 다시 도입했던 제일 중요한 것은 자전거, 독서, 영화, 화장품이 아니라 바로 음악이었다. 음악은 감정을 끌어올리고, 행복감을 유발하는 최고의 요소 중 하나다. 이런 효과를 배가하려면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면 된다.
5. 지식획득
유레카 효과는 엔도르핀 분비에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그리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서 뛰쳐나와 발가벗은 채로 시라쿠사 시내를 가로질러 달려가면서 기쁨과 흥분에 넘쳐 "유레카"라고 외쳤다. 물체의 부피를 물이 넘치는 양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복잡한 사태에 대해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오래 탐색하다가 마침내 해답을 찾게 되면, 그 놀라운 착상이 더할 나위없는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강의를 듣거나 책을 탐독하거나 새로운 지식 얻기를 시도하라. 복잡한 퍼즐 조각들이 홀연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분명한 그림으로 나타나고 이해하지 못했던 매듭이 풀리면, 지고의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호기심'이란 말은 인간이 새로운 것을 알려는 중독성 있는 욕망을 지니고 있음을 표현한다. 독일어 Neugier(호기심)는 Neu(새로움)에 대한 Gier(욕망)을 의미한다. 저 먼 나라들을 향해 모험적인 여행을 계획해보라.
6. 게임
반드시 슬롯머신이나 룰렛일 필요는 없다. 이런 게임에는 중독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가족용 보드게임이라도 집중해서 하다 보면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꼭 진짜 지폐를 주고받을 필요는 없다. 모노폴리(가짜 지폐)만으로도 충분하다. 제일 좋은 것은, 지능과 행운을 겸비해야 이길 수 있는 게임들, 가령 여러 종류의 카드놀이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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